2010년 4월 5일 월요일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No, 드라마에 나오는 사나이

박봉성 화백의 작품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중에서도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정말 좋아한다.
오래전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박봉성 화백의 작품이 담긴 시디를 발견하고 없는 돈 털어서 바로 샀다. 종류는 두세개 정도였고 갈때마다 하나씩 샀지만 마지막 시디는 놓쳤다. 시디에 담긴 전용 뷰어 프로그램을 인스톨하면 5개 정도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아직 시디는 가지고 있지만 친구놈에게 한번 다녀 온 뒤로 케이스가 보이질 않는다. 당시 책대여점이나 만화방 등에서 빌려만 보다가 거의 유일하게 샀던 책이다. 지인 집에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예전 스토리를 우연히 읽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장기이식하고 되살아나 권투를 하며 전세계의 도전자들을 찾아다니던 이야기였던 듯 하다. 내용은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을 하지만 비슷한 제목일 수도 있다.

아직도 연재중인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시리즈는 스케일이 큰 만화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만화와는 달리 억지 전개가 아닌 스토리가 정말 탄탄한 작품이다.

누구나 다 다르겠지만 내가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 떠올리고 있는 인물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최강타(피터팬) : 끊임없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의리와 신의를 중시한다. 부하들과 가족같은 관계로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따라서 의리를 나눈 사람과 부하는 곧 가족이고 가족이 죽으면 원수로써 대신한다. 상황파악이나 전투 시 직감이 뛰어나 상황보다는 직감을 중시할 때가 많다.
보배 : 한국의 기자출신으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여왕이다.
비비안 캐슬 : 원작에서는 백인으로 나온다. 지성과 재력,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여성으로 피터팬을 향한 질투심도 대단하지만 피터팬의 그릇에 자신이 못미친다는 것을 알고 포기한다.
황보독대 : 만화 1부에서 피터팬과 대립하지만 피터팬의 재목을 알아보고 우직한 피터팬의 부하가 된다. 아직 현재까지 방영한 드라마에서는 형사로 나온다.

아직 피터팬 측 인물은 이정도만 나왔다.

하지만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너무 가미하여 원작을 해치고 있다.

1. 드라마 초반에 느닷없이 미래 SF에서나 볼 듯한 방에서 최강타가 등장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원작만화를 모두 본 나로서도 놀랐는데 만화를 보지 않은 시청자들은 웃음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내게는 배트맨의 아지트 같은 설정이라고만 생각되었을 뿐이다. 배트맨에서도 항상 박사가 신무기를 만들어 주지 않았던가. 오히려 만화가 더욱 탄탄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만화에서는 지금의 최강타로 온게 몇년전인지 등장인물에 의해 묘사되지만 드라마에서는 꿈이나 상상등으로 묘사하려고 한다. 따라서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은 정리되지 않은 드라마를 보고 환상이 깨질 것이다.
피터팬이 적들을 공략할 때 첨단 장비도 중요하지만 헬리콥터, 정찰기 나중에는 잠수함까지 등장하는데 이렇듯 스케일이 큰 장비들을 이용한다. 장박사가 익살스러운 경찰복장으로 미션들을 잘 수행해 주고 있지만 잠입 임무를 너무 어렵게 행해서 환상을 엎어버린다. 피터팬은 어떤 첨단장비와 인력이 지키고 있어도 단번에 잠입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만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쓴 작가는 콤퓨타(컴퓨터가 아닌) 세대이기 때문에 컴퓨터를 동경하는 듯한 내용은 있지만 스케일이 큰 장비를 대거 동원한다. 따라서 첨단장비 등으로 우연히 쇠사슬을 자르는 등의 억지 상황보다는 스토리가 더욱 튼튼하다.

2. 최강타는 직감이 뛰어난 사람이다. 뒤에도 눈이 달려 있을 정도로 신경이 고도로 발달된 사람이다. 하지만 진보배와 함께 있는 장면에서 대부분 황우현에게 뒤를 허용한다. 아무리 몰래 옅보는 황우현이 살기를 발하지 않더라도 피터팬인 최강타가 모르고 넘어간다. 드라마 9화 에서는 최강타가 진보배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던 중 황우현의 부하에게 사진에 찍히는데 최강타는 사실조차 모르고 집으로 들어간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었다. 번번히 함정에 빠지는 모습도 그렇고 어처구니 없이 당하는 모습도 그렇다.

3. 최강타는 실전무술의 달인이다. 불필요한 동작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화려한 액션을 중시한 나머지 유리한 상황에서도 한손으로 줄을 잡고 발차기를 하는등 쓸데없는 동작을 보여주었다. 최강타는 총알도 피할 수 있는 반사신경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쓸데없이 줄을 잡는 액션은 허점이 노출되는 동작인데 보여주기에 급급한 나머지 그렇게 연출된 듯하다. 또한 단지 요원 수준의 적들과 싸울때도 단초에 제압하지 못하고 여러차례 공격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원작의 최강타는 가장 최소한의 동작으로 일격에 제압한다. 일개 한국의 경호원과 수를 겨룰 때도 화려한 발차기와 낙법 등을 사용하여 최강타의 실력을 상대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설정하였다.

4. 진보배를 너무 많이 등장시켜서 여왕의 이미지를 추락시킨다. 물론 최강타의 여자가 많이 나와야 드라마이겠지만 너무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진보배 구출신을 남발하는 등 오히려 여왕의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다. 박봉성 화백의 만화에서는 항상 진보배와 부잣집 외동딸인 장미는 원수지간이거나 티격태격 하는 인물로 나온다.

5. 원작에서 비비안 캐슬은 전투형 캐릭터가 아닌 부자의 상속녀에 지성을 갖춘 인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잠입미션을 수행하는 역으로 나오지만 드라마에서는 액션을 가미한 캐릭터가 되어버려서 실망이었다. 그것까지는 드라마니까 봐주겠다.

6. 최강타의 시련이 너무 많다. 최강타의 어줍잖은 실패와 고난은 이미 비하인드를 겪으면서 성장한 최강타와 맞지 않다.

7. 원작과 너무 차이가 난다. 드라마에서는 고귀한 여왕 그레이스 진의 이미지를 실추하였다. 또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최강타의 극한의 실력을 낮추어 버렸다. 최강타의 두번째 여자라고 할 수 있는 비비안 캐슬을 감히 배신자로 만들어 버렸다. 황우현을 등장시켜 모든 상황을 장기판의 말로 생각하는 최강타의 페이스를 잃게 만들었다.

만약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면 성공하였을지도 모른다.

1.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방영한다. 최강타의 고난과 역경을 먼저 방영한다면 감동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비하인드 스토리에서는 첨단 무기보다는 그저 큰 장비(헬리콥터,비행기,배) 등을 잠깐 빌려서 촬영하면 제작비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케일이 크면서도 주인공의 시련을 잘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2. 드라마라 하더라도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원작과 스토리의 차이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원작과 다른 스토리를 보여주면서 만화책을 읽었던 독자도 끌어들이기 위함이었을까? 신이라불리운 사나이는 현재 5부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원작과 동일한 스토리를 만들어도 원작의 분량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이었다고 본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드라마로 2부 3부를 만들더라도 충분히 성공이 가능할만한 스토리이지 않은가? 왜 굳이 1부에서 끝맺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망해서 2부를 만들더라도 지원이 불가능할 듯 하고 스토리상 뒤죽박죽 되어버려서 이미 더이상 나오기는 틀린 듯 하다.

3. 캐릭터를 죽이지 않았으면 했다. 고귀한 진보배, 질투심 많지만 매력적인 비비안 캐슬, 그릇이 큰 최강타의 캐릭터를 실추하거나 모욕하면 안되었다. 감히 고귀한 여왕 진보배를 황용의 숨겨진 딸로 만들었다. 내가 이 시대 최고의 만화로 생각하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가 막장 드라마로 탈바꿈했다. 개인적으로 진보배 역의 한채영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긴 하지만 고귀함과는 거리가 좀 먼 듯하다. 송일국은 최강타 역에 연기는 잘 모르겠지만 외모 등은 가장 어울리는 사람으로 캐스팅이 잘되었다. 또한 감히 최강타의 누이를 일개 형사로 만든 작가와 감독 이름 잘 기억해 두겠다.

4. 박봉성 화백이 타계한 것이 아쉽다. 나는 그분의 만화를 동경하였으나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사진을 보게 되었다. 생각한 모습과 다르다... 하지만 그분의 만화에서 한결같이 희망을 읽었다. 그분이 있었더라면 드라마가 더 완성된 모습으로 나왔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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